처음에는 집 안의 조명을 스마트폰으로 켜고 끄는 일이 꽤 재미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스마트폰을 꺼내 앱을 찾는 동작도 번거롭게 느껴졌다.
스마트홈을 구축하면서 의외로 오래 남은 장치는 복잡한 화면이 아니라 현관 옆의 작은 버튼이었다. 한 번 누르면 집 전체 조명이 꺼지고, 두 번 누르면 거실 조명이 켜지며, 길게 누르면 로봇청소기가 움직인다.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단순한 형태였던 것은 아니다. 한때는 가족이 집에 들어오고 나가는 일을 센서가 모두 알아서 판단하게 만들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꽤 재미있는 실패도 겪었다.
전등을 교체하지 않고 스위치를 교체했다
집 안의 대부분의 전등을 스마트하게 바꾸고 싶었지만, 등기구 전체를 바꾸는 방법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멀쩡한 조명을 버릴 이유도 없었고, 기존 벽 스위치를 누르는 익숙한 사용 방식도 유지하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Zigbee 스마트 스위치였다. 기존 전등은 그대로 두고 스위치를 바꾸어 조명의 전원 제어를 스마트싱스로 가져오는 방식이었다. 설치한 호환 제품들은 SmartThings Station과 연결해 사용했다.
이 방식의 장점은 평소처럼 벽 스위치를 누르는 행동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집에 있는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 앱을 설치하고 사용법을 익힐 필요가 없었다. 스마트홈 기능은 기존 행동 위에 하나 더 얹혔다.
다만 스위치 교체는 단순한 액세서리 설치가 아니다. 가정의 전기 배선에는 중성선 유무나 조명 부하, 스위치 회로 등 여러 차이가 있다. 제품별 설치 조건을 확인하고 전기 작업은 자격을 갖춘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여기서는 실제 사용 경험을 소개하며 구체적인 배선 방법을 안내하지 않는다.
집을 나설 때는 버튼 한 번이면 됐다
스위치들이 스마트싱스에 연결되자 버튼 하나로 여러 조명을 함께 제어할 수 있게 됐다.
현관 옆에 스마트 버튼을 설치했다. 가장 먼저 설정한 동작은 한 번 누르면 켜져 있는 집 안 조명을 모두 끄는 것이었다. 외출할 때 조명이 켜진 방을 하나씩 돌아보지 않아도 되는 기능이었다.
이후 버튼 동작을 조금 더 확장했다. 두 번 누르면 거실 조명을 켜고, 길게 누르면 로봇청소기가 시작되도록 만들었다.
| 버튼을 누르는 방식 | 연결한 동작 | 주로 쓰는 순간 |
|---|---|---|
| 한 번 클릭 | 집 안 조명 일괄 소등 | 외출 전 |
| 두 번 클릭 | 거실 조명 점등 | 집에 들어와 불이 필요할 때 |
| 길게 누르기 | 로봇청소기 작동 | 청소를 시작하고 싶을 때 |
기술적으로 아주 화려한 기능은 아니다. 하지만 스마트홈을 몇 년 사용하면서 자주 쓰는 기능일수록 설명 없이 바로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처음에는 귀가와 외출까지 자동으로 판단하려 했다
버튼이 편리해지자 한 번 더 욕심이 생겼다. 사람이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집이 알아서 반응하면 더 좋지 않을까.
늦은 시간에 현관문이 열리면 거실 불을 켜고, 아침 출근 시간에 도어락 이벤트가 발생하면 로봇청소기를 시작하도록 했다. 설정할 때는 꽤 합리적인 흐름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실제로는 오래 유지하지 못했다. 우리 가족은 일어나는 시간도, 외출하는 순서도 같지 않았다. 누군가 외출하는 순간 다른 사람은 여전히 집에 있을 수 있었다. 현관문 이벤트 하나만으로 집의 상황을 판단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센서를 더 추가했다. 현관의 중문에는 열림 감지 센서를 두고,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모션 센서도 설치했다. 이벤트가 어떤 순서로 일어나는지 보면 귀가와 외출을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종이에 그려보면 그럴듯한 알고리즘이었다. 실제로 몇 번은 원하는 대로 동작하기도 했다. 문제는 몇 번 맞는다는 사실과 매일 믿고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 사이에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센서는 동선을 읽어도, 가족의 뜻은 읽지 못했다
가족은 기획서에 그려놓은 동선대로만 움직이지 않았다. 문을 열고 다시 들어오기도 하고, 센서의 감지 순서가 예상과 다르게 기록되기도 했다. 문이 열리는 이유도 귀가와 외출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가장 난감한 순간은 가족 한 명이 밖으로 나갔을 뿐인데 집 전체 조명이 꺼졌을 때였다. 시스템은 내가 만들어 놓은 외출 조건을 충실하게 실행했다. 문제는 그 순간에도 집 안에는 다른 사람이 있었다는 점이었다.
밖으로 나간 사람에게는 자연스러운 소등이었겠지만, 집에 남은 사람은 아무 이유 없이 불이 꺼진 셈이었다. 나는 자동화를 똑똑하게 만들려고 센서를 더 달았는데, 결과적으로 가족의 일상을 방해하는 기능을 만들어버렸다.
센서는 문이 열리고 사람이 움직였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하지만 누가 나갔는지, 집이 완전히 비었는지, 지금 조명을 꺼도 괜찮은지까지 알려주지는 않는다. 시간 조건과 센서 개수를 늘리는 것만으로 이 차이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결국 버튼 두 번이 남았다
여러 번 사용해 본 뒤에는 귀가와 외출을 추측하던 자동화를 일부 걷어냈다. 대신 현관 옆 버튼을 두 번 누르면 거실 조명이 켜지는 방식으로 정리했다.
지금의 방식이 더 단순하다. 집 안의 상황을 내가 알고 있을 때 버튼을 누르면 된다. 전체 소등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마지막으로 외출하는 사람이 버튼을 누르면 된다. 조명과 로봇청소기처럼 생활에 영향을 주는 기능은 예측이 맞을 때만 편리한 자동화보다 의도한 순간에 확실히 동작하는 조작이 더 잘 맞았다.
완전 자동화를 포기했다는 아쉬움보다는 불필요한 오작동을 줄였다는 만족감이 컸다. 새 센서가 필요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 집에서 남은 스마트홈의 기준
자동화는 사람을 돕기 위해 만드는 것이다. 사람이 자동화의 규칙에 맞춰 살아야 한다면 어느 순간 목적과 수단이 바뀐다.
조명을 켜고 끄는 기능은 고도의 판단이 필요하지 않다. 버튼 하나로 충분할 때가 있다. 반대로 온도처럼 연속적으로 변하는 정보는 센서와 자동화가 더 유용할 수 있다.
어떤 일은 자동으로 판단하게 두고, 어떤 일은 사람이 직접 결정하도록 남기는 것.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내가 찾은 스마트홈의 균형은 이쪽에 가까웠다.
다음 편에서는 버튼 대신 센서 정보가 유용했던 사례를 다루려 한다. 에어컨에서 이미 읽을 수 있던 온도로 어항 쿨러를 제어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