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대신 상가를 검토하면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권리분석 공부였다.
등기부등본의 갑구와 을구에서 소유권과 근저당권 등 권리관계를 확인하고, 민법과 부동산등기법, 세법까지 찾아봤다. 큰돈을 투자하기 전에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알고 싶었다.
그런데 공부하면서 상당히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국가가 관리하는 등기기록에도 공신력은 없다
부동산을 거래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등기부등본이다. 소유자가 누구이고 어떤 권리가 설정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공식 기록이다.
나는 그 기록을 믿고 정상적으로 계약하면 소유권도 당연히 보호받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부동산등기에는 공신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등기명의인이 진정한 권리자라는 추정은 받을 수 있지만, 등기의 내용이 실제 권리관계와 다른 경우 그 등기를 믿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권리를 취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사실을 체감하게 만든 것은 상속 관련 판례였다.
뒤늦게 확인된 상속인과 부동산 매수인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2017년 4월 21일 선고 2016가단10561 판결에 나온 사건이다.
2015년 부동산 소유자가 사망했고, 가족관계등록부상 자녀로 확인되던 한 명이 부동산을 단독 상속한 것으로 등기했다. 그 사람은 부동산 한 건을 제3자에게 1억 3,000만 원에 매도했고, 매수인도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이후 피상속인의 또 다른 친생자 네 명이 확인됐다. 이들은 피상속인과 사실혼 관계에서 태어났지만 다른 사람의 자녀로 출생신고되어 있었다. 2016년 친생자관계 확인 판결이 확정되면서 상속인으로서의 지위가 확인됐다.
1심 법원은 기존 단독 상속인의 지분을 초과하는 5분의 4 부분에 대해 매수인의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말소하라고 판단했다. 매수인이 추가 상속인들의 존재를 몰랐더라도 등기에는 공신력이 없다는 이유였다.
처음 이 판결을 접했을 때 충격적이었다. 공식 서류를 확인하고 대금을 지급한 매수인이 자신이 알기 어려웠던 가족관계 때문에 소유권 대부분을 잃는 상황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건에는 중요한 후속 판결이 있다.
창원지방법원 2017년 12월 7일 선고 2017나2155 항소심 판결은 매수인에 대한 말소 명령을 취소했다.
항소심은 민법 제860조 및 제1014조와 관련된 법리를 검토해, 상속개시 이후 재판으로 공동상속인이 되었더라도 그보다 앞서 다른 상속인이 이미 처분한 해당 부동산은 매수인에게 귀속된다고 판단했다. 뒤늦게 확인된 상속인들은 그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하는 대신, 처분한 상속인을 상대로 상속분에 해당하는 가액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따라서 이 사건을 두고 매수인이 최종적으로 부동산 지분 80%를 잃었다고 쓰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 공개 판결문으로 확인한 항소심 결론은 매수인의 소유권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이 사례가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등기의 공신력이 없다는 원칙과, 개별 사건에서 매수인을 보호하는 다른 법리가 함께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권리분석으로 모든 위험을 제거할 수 있을까
권리분석은 중요하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고려할 법률관계는 복잡했다.
정해진 서류를 살펴보는 것만으로 모든 위험을 제거할 수 있는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특정 사례 하나가 모든 거래에서 반복되는 것은 아니지만, 발견하기 어려운 법률관계가 거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그렇다고 법적 문제가 없는 상가가 곧 좋은 투자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니었다. 상권이 달라지면 임차인을 구하기 어렵고, 공실 기간에는 임대료 없이 관리비와 이자가 나간다.
당시 검토한 상가의 기대 임대수익률은 세전 기준으로 높아야 약 4% 수준이었다. 세금, 관리비, 공실 가능성 등을 반영하면 실제 기대수익은 더 낮았다.
현금화가 쉽지 않다는 문제
수익률 못지않게 중요했던 것은 환금성이었다.
상가를 팔려면 매수자를 찾아 가격을 협상하고 계약과 잔금 절차를 거쳐야 한다. 상황이 나쁘면 원하는 가격에 매각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갑자기 1,000만 원이 필요하더라도 보유 상가의 일부만 그 금액만큼 편하게 매도할 수는 없다. 큰돈이 하나의 물건에 묶이는 구조다.
좋은 상가를 적정한 가격에 산다면 만족스러운 투자일 수 있다. 다만 내게는 예상 수익률에 비해 관리 부담과 법률적 불확실성, 낮은 환금성이 크게 느껴졌다.
그러면서 다른 질문이 생겼다.
부동산을 직접 소유하지 않으면서도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에 참여할 수는 없을까.
그 질문에서 리츠와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