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 게임 개발
크리스탈 획득 게임 개발기 · 2 / 3

하늘을 날고, 바다를 헤엄치고… A4 한 장으로도 부족했던 게임

풀밭에서 시작된 작은 모험은 동굴과 바다, 밤의 늑대까지 이어졌습니다.

아이의 게임 시나리오는 바위와 크리스탈에서 시작해 바다와 밤낮의 세계까지 자라났습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말하는 내용을 몇 줄 적으면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한 장면을 적으면 다음 장면이 나왔고, 장소를 하나 정하면 그곳에서 일어날 일이 생겼습니다.

책상 위에는 색종이와 색연필, 직접 접은 캐릭터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그 옆의 종이에는 동굴과 바위, 크리스탈, 물고기와 하늘 이야기가 점점 늘어갔습니다.

어느새 시나리오는 A4 한 장을 훌쩍 넘었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아이의 이야기를 듣는 동시에, 머릿속으로 게임 화면을 하나씩 그려 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의 종이 캐릭터와 메모, 색연필이 함께 놓인 실제 작업대

바위 하나에도 이유가 있었습니다

모험은 초록색 풀밭에서 시작됩니다. 평범한 바위처럼 보여도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바위를 깨면 불이나 칼, 망치, 날개, 고기, 크리스탈 같은 아이템이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크리스탈은 특별합니다. 세 개를 모을 때마다 갈색이가 블록으로, 다시 착한좀비로 변신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바위는 단순히 배경에 놓인 물체가 아니었습니다. 다음 모험으로 가기 위해 두드려 보고 싶은 대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마음 편히 바위만 깨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늘에서는 CCTV 머리를 한 로봇이 주변을 살피고, 동굴 안에는 나쁜좀비가 있습니다. 크리스탈을 모으는 일에는 조심해야 할 순간도 따라옵니다.

아이는 이런 규칙들을 마치 이미 플레이해 본 게임처럼 자연스럽게 설명했습니다.

동굴 옆에는 수호요정도 있어야 했습니다

동굴에 나쁜좀비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긴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에게는 중요한 조건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주인공 곁을 날아다니는 수호요정이 동굴에 가까이 가면 위험을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한 경고창이 아니라, 그 작은 친구가 직접 말을 걸어야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그 차이를 크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같은 정보를 전달하는 일이니까요. 하지만 아이가 계속 그 장면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서 조금씩 이해했습니다.

수호요정은 게임 화면에 떠 있는 장식이 아니었습니다. 아이가 생각한 이야기 속에서는 진짜로 주인공의 곁을 지키는 친구였습니다.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까지 정해 둔 이야기는 실제로 화면에서 구현해 보는 과정에서 또 다른 재미를 만들어 줬습니다. 그 장면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서 더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하늘을 날고, 바다를 헤엄치고

아이의 세계는 풀밭과 동굴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날개를 얻으면 하늘을 날고 싶어 했습니다. 물가에 다다르면 바닷속으로 들어가 헤엄쳐야 했습니다. 바닷속에는 물고기가 있고, 그 물고기를 잡는 모험도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디어는 물고기를 잡는 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물고기를 불에 구워 먹으면 체력이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블록과 수호요정이 물가에 서 있고 물고기가 보이는 게임 화면

아이에게는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한 번의 모험이었습니다. 물고기를 잡고, 요리하고, 먹고, 다시 힘을 내서 탐험하면 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만들려고 생각해 보니 질문이 계속 생겼습니다. 어떻게 물속으로 들어갈까? 물고기는 어떻게 잡을까? 불은 언제 사용하고, 체력이 회복된 것은 무엇으로 보여 줄까?

아이의 한 문장은 제 앞에서 여러 개의 작업으로 나뉘었습니다. 그 간격이 생각보다 재미있었습니다. 아이는 다음 이야기를 쏟아냈고, 저는 그것을 하나씩 구현할 수 있는 크기로 나눠 생각해야 했습니다.

같은 풀밭인데, 밤에는 달라집니다

무대가 넓어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던 모양입니다. 이번에는 시간도 흘러야 했습니다.

아이는 주기적으로 낮과 밤이 바뀌는 게임을 이야기했습니다. 낮에는 바위를 깨고 크리스탈을 찾으며 돌아다니다가도, 밤이 오면 분위기가 달라져야 했습니다.

그리고 밤에는 무서운 늑대가 나타나야 했습니다. 그것도 엄청나게 강한 늑대였습니다.

저는 이 설정이 특히 재미있었습니다. 낮에 익숙했던 풀밭이 밤에는 마음 놓고 돌아다니기 어려운 장소가 되는 것입니다. 지도가 완전히 바뀌는 것도 아닌데, 시간이 흐른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장소에 다른 이야기가 생겼습니다.

이 늑대는 아이가 구상한 밤의 위험 요소였습니다. 실제로 어디까지 구현했느냐보다, 이렇게 낮과 밤의 분위기까지 상상하고 있었다는 점이 제게 더 인상적이었습니다.

A4 한 장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종이를 가득 채운 시나리오를 정리하고 나면 이제 하나씩 만들기만 하면 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게임 화면이 나오기 시작하자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이디어가 줄어들기는커녕 더 많아졌습니다.

머릿속에서는 당연했던 크기와 움직임이 실제 화면에서는 조금 달라 보였고, 동굴이 생기니 수호요정의 말도 꼭 들어가야 했습니다. 변신 장면을 보고 나니 더 멋있게 바꾸고 싶은 부분도 생겼습니다.

아이는 다시 종이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시나리오가 아니었습니다. 수정할 내용이었습니다. 하나둘 늘어나던 목록은 결국 30개를 넘어갔습니다.

저는 그때 알았습니다. 게임을 만드는 재미는 상상을 처음 화면으로 옮기는 순간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눈앞에 나온 것을 함께 고치는 과정에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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