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 스마트홈
불편함에서 시작한 스마트홈 · 1 / 6

스마트홈은 제품이 아니라, 불편함에서 시작됐다

현관문에서 시작해 조명과 어항 쿨러까지, 내가 스마트홈을 연결해 온 방식

월패드와 연동되지 않는 도어락을 스마트싱스에 연결하고, IR 리모컨과 Wi-Fi 플러그의 실패를 거쳐 Zigbee 중심의 스마트홈을 꾸린 실제 경험.

가족에게 전화가 왔다. 현관문 앞에서 지문 인식을 네 번이나 실패했다는 이야기였다. 예전에 여러 번 시도하다 도어락에서 큰 경고음이 울렸던 일이 있었기에, 또 한 번 실패할까 봐 당황한 모양이었다.

평소에는 지문으로 문을 열다 보니 비밀번호가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비밀번호를 물어보니 나도 선뜻 기억나지 않았다. 다행히 스마트폰에서 스마트싱스를 열어 현관문을 열어줄 수 있었다.

몇 년 전 스마트홈을 구성하면서 기대했던 편리함이 바로 이런 순간에 있었다. 거창한 미래 기술보다는 살다 보면 한 번쯤 겪는 불편한 상황을 해결하는 기능이 더 오래 남았다.

처음부터 모든 기기를 바꿀 생각은 없었다

우리 집은 월패드와 도어락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신축 아파트가 아니었다. 월패드로 방문객을 확인할 수는 있었지만, 화면에서 현관문을 열어주는 기능은 없었다. 문을 열어주려면 직접 현관까지 가야 했다.

도어락 자체를 최신 제품으로 바꾸거나 월패드와 배선을 전면 교체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관심을 가진 것은 기존 설비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필요한 기능만 추가하는 방법이었다.

당시 사용하던 도어락에는 별도의 무선 통신 모듈을 장착할 수 있었다. 호환되는 Zigbee 모듈인 SHP-DADT301/CN으로 교체하고, 이미 가지고 있던 SmartThings Station에 연결했다. 이후 삼성 계정과 스마트싱스 앱을 통해 밖에서도 현관문을 잠금 해제할 수 있게 됐다.

이후에는 지인이나 다른 가족이 나보다 먼저 집에 도착했을 때도 유용하게 사용했다. 도어락 비밀번호를 전달하는 대신 필요한 순간에 원격으로 문을 열어줄 수 있었다.

모든 도어락에서 가능한 방법은 아니다. 도어락 모델, 모듈 규격, 허브 및 소프트웨어의 호환성을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것은 내가 실제로 구축했던 환경의 기록이다.

지금의 선택에는 두 번의 실패가 있었다

지금은 Zigbee 기기를 주로 사용하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시작한 것은 아니다. 실패를 겪은 뒤에야 제품을 고르는 기준이 생겼다.

IR 리모컨: 명령을 보냈지만, 상태를 알 수 없었다

처음에는 집 안에 IR(적외선) 통합 무선리모컨 하나를 두고 TV와 에어컨을 함께 제어했다. 밖에서 스마트폰 버튼을 누르면 이 장치가 각 기기에 리모컨 신호를 보내는 방식이었다. 하나의 장치로 여러 가전을 원격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이 편리했다.

하지만 버튼을 눌렀다는 사실만 알 수 있을 뿐, 에어컨이 신호를 실제로 받았는지, 지금 켜져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오래전 일이라 조작 순서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다만 외부에서 통합리모컨을 조작하다 실수로 에어컨 전원 버튼을 눌렀던 것 같다. 켜졌는지 알 수 없어 전원 버튼을 한 번 더 눌렀고, 이젠 꺼졌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보니 에어컨은 계속 돌아가고 있었다.

처음 신호가 전달되지 않았던 것인지, 다시 누른 명령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인지는 지금도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두 번 조작했어도 실제 전원 상태를 한 번도 확인할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명령을 보낼 수 있다’와 ‘기기의 현재 상태를 확인하고 제어한다’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Wi-Fi 스마트 플러그: 기기는 멀쩡한데 서비스가 사라졌다

초기에 사용한 스마트 플러그는 소규모 업체가 제공하는 Wi-Fi 모델이었다. 업체의 자체 앱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제어하는 방식이었다.

한동안은 잘 사용했다. 하지만 업체가 사업을 접으면서 플랫폼 지원도 중단됐고, 플러그의 원격 제어 기능을 더 이상 이전처럼 활용할 수 없게 됐다. 하드웨어의 고장이 아니었다. 기기를 움직여 주던 서비스가 먼저 수명을 다한 셈이었다.

이후로는 기기 가격뿐 아니라 연결 구조와 서비스의 지속성을 함께 살펴보게 됐다. 조금 더 비용이 들더라도 별도 제조사 클라우드와 컨트롤러에 대한 의존을 줄일 방법을 찾았다.

여러 앱보다 하나의 중심을 선택했다

내가 택한 중심은 SmartThings Station이었다. 호환되는 Zigbee 스위치와 버튼, 스마트 플러그를 별도의 제조사 허브 없이 스마트싱스에 직접 연결했다. 집 안의 조명과 여러 장치를 한곳에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아래는 실제 구성 요소의 역할을 정리한 개념도다.

스마트폰, 스마트싱스 스테이션, 도어락 모듈, 스위치, 버튼, 스마트 플러그와 그 밖의 기기 연결 관계
실제 사용했던 연결 구조를 역할별로 단순화한 개념도다. 모든 동작이 로컬에서 실행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 Zigbee를 쓴다고 모든 제품이 자동으로 호환되거나, 모든 기능이 인터넷 없이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싱스에도 클라우드 기반 동작이 있고, 에어컨이나 보일러처럼 제조사별 연결 방식을 사용하는 기기도 있다. 내가 줄이고 싶었던 것은 브랜드별로 제각각 흩어진 제어 체계였다.

Zigbee와 Z-Wave는 모두 스마트홈에서 활용되는 무선 통신 규격이지만 서로 다른 방식이다. 내가 사용한 SmartThings Station은 Zigbee를 지원하지만 Z-Wave 기기를 직접 연결하는 허브는 아니다. 제품을 선택할 때는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가 아니라 실제로 사용하는 허브의 지원 규격을 확인해야 한다.

현관문 옆 버튼 하나가 바꾼 것들

도어락을 연결하고 나니 월패드의 불편함을 해결할 방법도 떠올랐다. 월패드 옆에 스마트 버튼을 설치하고, 실내에서 버튼을 누르면 현관문 잠금을 해제하도록 설정했다.

이제 방문객을 화면으로 확인한 뒤 현관까지 걸어가지 않아도 됐다. 월패드는 그대로 두고 버튼만 추가한 것이다. 처음 도어락을 연결했던 목적은 원격 제어였지만, 실제로는 기존 월패드에 없던 기능을 보완하는 효과까지 얻었다.

현관문 옆에도 스마트 버튼을 하나 더 설치했다. 한 번 누르면 집 안에 켜져 있는 조명이 한꺼번에 꺼지고, 두 번 누르면 거실 조명이 켜진다. 길게 누르면 로봇청소기가 작동한다. 버튼 하나에 자주 사용하는 동작을 모아두니 앱을 꺼낼 일이 줄었다.

사용 상황실제 사용하는 조작실행되는 동작
방문객이 왔을 때월패드 옆 실내 버튼 누르기현관문 잠금 해제
외출 직전현관 옆 버튼 한 번 누르기집 안 조명 일괄 소등
어두운 거실에 불을 켤 때현관 옆 버튼 두 번 누르기거실 조명 켜기
청소를 시작할 때현관 옆 버튼 길게 누르기로봇청소기 작동

현관문이 열렸다고 모두 귀가는 아니었다

물론 처음부터 버튼을 눌러 제어한 것은 아니다. 한때는 버튼을 누르는 동작마저 없애고 싶었다. 늦은 시간에 현관문이 열리면 거실 불을 켜고, 아침 출근 시간에 문이 열리면 로봇청소기가 알아서 움직이게 했다. 구상할 때는 제법 그럴듯했지만, 실제로는 오래 사용하지 못했다.

문제는 가족들의 생활 패턴이 모두 다르다는 것이었다. 현관문이 열렸다고 해서 누군가 반드시 귀가한 것은 아니고, 문을 닫았다고 집이 비었다고 볼 수도 없었다.

그래서 조건을 조금 더 정교하게 만들어 봤다. 현관 쪽 중문에 열림 감지 센서를 달고, 모션 센서도 추가했다. 도어락 열림 → 이후 움직임 감지 또는 중문 열림 순서라면 밖에서 들어온 것으로 판단해 거실등을 켜고, 반대로 중문 열림 → 움직임 감지 → 도어락 열림 순서라면 외출로 판단해 집 안 조명을 모두 끄도록 구성했다.

머릿속에서 그려본 동선은 꽤 논리적이었다. 하지만 현실의 가족들은 자동화 시나리오대로만 움직이지 않았다. 센서가 기대한 순서와 다르게 반응하는 경우도 있었고, 같은 현관문 이벤트가 전혀 다른 상황을 의미하기도 했다.

결정적인 문제는 가족 한 명이 외출했다고 집 전체가 외출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누군가 잠깐 나갔을 뿐인데 조명이 일괄 소등되면, 집에 남아 있던 사람은 영문도 모르고 어두워진 거실에 앉아 있어야 했다. 자동화 입장에서는 정해진 조건을 충실히 수행한 것이겠지만, 사람 입장에서는 꽤 난감한 기능이었다.

조건을 더 많이 넣으면 그만큼 똑똑해질 줄 알았다. 하지만 센서는 문이 열렸는지, 움직임이 있었는지를 알려줄 뿐 누가, 왜, 어떤 목적으로 문을 열었는지까지 알지는 못한다.

결국 귀가·외출을 추측하던 자동화는 일부 걷어냈다. 거실등은 현관 옆 스마트 버튼을 두 번 눌러 직접 켜는 방식으로 바꿨다. 한 번 누르면 전체 소등, 길게 누르면 청소기 작동이라는 기능은 그대로 남겼다. 완전한 자동화보다는, 필요할 때 확실하게 동작하는 버튼이 우리 가족에게 더 잘 맞았다.

스마트홈이 모든 행동을 알아서 판단해야 편리한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버튼을 직접 누르는 편이 복잡한 조건 열 개보다 정확했다.

전등은 그대로, 스위치만 바꿨다

집 안의 대부분의 조명은 Zigbee 스마트 스위치로 제어하도록 바꿨다. 등기구까지 전부 교체할 필요는 없었다. 기존 조명을 유지하면서 벽면 스위치에 제어 기능을 더하는 방식이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것은 집에 있는 사람은 평소처럼 벽 스위치를 누르면 되고, 스마트홈 자동화는 그 위에 조용히 얹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모든 가족이 앱을 열어야만 불을 켤 수 있다면 그것은 편리함보다 새로운 불편함이 될 수 있다.

물론 모든 스위치가 모든 배선 환경에서 바로 동작하는 것은 아니다. 중성선 유무, 부하 종류, 설치 규격을 먼저 확인해야 하며 전기 배선 작업에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

이미 있던 온도 센서로 어항 쿨러까지

여름에는 어항의 물 온도가 올라가는 것이 신경 쓰였다. 어항 위에 쿨러를 두었지만 그때마다 전원을 직접 켜고 끄는 일은 번거로웠다.

별도 온도 센서를 새로 사기 전에, 이미 스마트싱스에서 읽을 수 있던 에어컨의 실내온도 정보를 활용해 보았다. 실내온도가 정한 기준을 넘으면 Zigbee 스마트 플러그를 켜고, 플러그에 연결된 어항 쿨러를 작동시키도록 설정했다. 에어컨이 실내를 충분히 시원하게 만들면 쿨러가 별도로 돌 필요도 줄어든다.

이 방식이 어항의 수온을 정확하게 관리한다는 뜻은 아니다. 에어컨이 측정하는 것은 실내 공기 온도이지 물 온도가 아니다. 실제 생물의 건강과 관련된 온도 관리는 별도의 수온 확인과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내 자동화는 기존 센서를 재활용한 보조 제어의 사례에 가깝다.

보일러 컨트롤러도 교체해 원격 제어가 가능하도록 구성했지만, 이 장치는 Zigbee가 아닌 Wi-Fi 기반이다. 모든 기기를 한 통신 방식에 억지로 맞추기보다는, 서로 다른 방식을 어떤 기준으로 묶을지 고민하는 편이 현실적이었다.

공간이 달라지면 필요한 자동화도 달라진다

도심보다 주변이 어두운 다른 생활 공간에서는 CCTV의 사람 감지 이벤트를 조명과 연결했다. 사람이 움직이는 이벤트가 발생하면 마루의 라인 조명이 웰컴등처럼 켜지도록 한 것이다.

낮에는 눈에 띄지 않는 작은 기능이지만, 밤에는 주변이 어두워 그 효과가 더 크게 느껴졌다. 집에서 사용하던 자동화를 그대로 복제하기보다는 그 공간이 불편해지는 순간을 먼저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을 사용하고 남은 기준

지금까지 연결한 장치를 세어보면 꽤 많아졌다. 하지만 스마트홈을 잘 구성했는지 판단하는 기준은 기기 수가 아니다.

기기가 실제로 어떤 상태인지 확인할 수 있는가. 제조사의 서비스가 바뀌어도 오래 쓸 가능성이 있는가. 평소의 사용 방식을 해치지 않으면서 불편한 행동 하나를 줄여 주는가. 새 기기를 구입할 때는 이 세 가지를 먼저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보안 역시 빠질 수 없다. 특히 도어락처럼 집의 출입에 직접 영향을 주는 기기는 원격 계정 보호와 접근 권한, 실내 버튼의 배치, 비상 시 수동 출입 방법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편리함 때문에 안전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

처음에는 외부에서 현관문을 열어주고 싶었을 뿐이다. 그 연결이 조명과 청소기로 확장됐고, 에어컨의 온도 센서와 스마트 플러그는 어항 쿨러를 움직이게 됐다. 다른 공간에서는 CCTV 이벤트가 밤길의 작은 웰컴등이 되었다.

스마트홈은 집 안의 모든 것을 최신 제품으로 바꾸는 일이 아니었다. 이미 있는 것들을 연결하고, 반복되는 불편함을 하나씩 줄이는 과정이었다.

다음 편에서는 이 모든 변화의 출발점이었던 도어락 이야기부터 자세히 다루려 한다. 월패드와 연동되지 않는 집에서 기존 도어락의 통신 모듈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그리고 어떤 호환성 문제를 먼저 확인해야 하는지 정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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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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