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주에 투자하면서 재미있게 느꼈던 부분이 있다.
배당금을 단순한 수익률이 아니라 매달 반복되는 생활비와 연결해 생각하는 것이다. 통신비나 인터넷 요금, 구독료처럼 정기적으로 지출하는 돈을 떠올려보면 배당금을 모으는 목표가 구체적으로 보인다.
통신비 5만 원을 배당금으로 충당하려면
한 달 통신비가 5만 원이라면 1년에는 60만 원이 든다.
연간 배당수익률이 5%인 종목에 1,500만 원을 투자한다고 가정해 보자. 세전 연간 배당금은 75만 원이다.
배당 관련 세금을 단순히 15%라고 가정하면 세후 배당금은 연 63만 7,500원, 월평균 약 5만 3,125원이다.
계산상으로는 통신비 5만 원을 충당하고도 조금 남는다.
하지만 이것은 가상의 수익률과 세율을 적용한 예시일 뿐이다. 미국 주식의 배당 원천징수, 국내 금융소득 과세 여부, 환율, 종목별 배당 지급 시점은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배당금이 평생 유지된다는 보장도 없다.
그럼에도 이 계산이 재미있었다.
지출을 무조건 줄이기보다 해당 지출을 감당할 만큼의 현금흐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통신비 다음에는 인터넷 요금, 구독료, 다른 고정지출로 목표를 넓힐 수도 있다.
계좌의 숫자가 늘어나는 것보다 내가 가진 자산이 생활비를 조금씩 감당해주는 모습이 더 실감 났다.
배당성장과 물가상승
배당귀족주와 배당왕족주를 알게 된 뒤에는 물가상승도 함께 생각하게 됐다.
올해 통신비가 5만 원이어도 앞으로 계속 같은 금액은 아닐 수 있다. 생활비가 오르는 속도에 맞춰 배당금도 늘어난다면 그 부담을 일부 상쇄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기업이 매년 배당을 늘릴 것이라는 보장은 없으며, 배당성장률이 물가상승률을 따라간다는 보장도 없다.
이런 고민은 자연스럽게 현금 저축의 의미까지 돌아보게 했다.
은행 계좌의 원금이 그대로이고 이자가 붙더라도 물가가 더 빨리 오른다면 실질 구매력은 줄어들 수 있다. 예를 들어 세후 예금수익률이 2%이고 물가가 3% 오른다면 계좌 잔액이 증가해도 구매력은 감소할 수 있다.
돈의 액수를 지키는 것과 돈의 가치를 지키는 것은 다르다.
그래서 장기적으로는 투자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렇다고 현금이 불필요한 것은 아니다. 당장의 생활비와 비상자금은 수익률보다 유동성이 중요할 수 있고, 예금금리가 물가상승률을 웃도는 시기도 있다.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는 것이 나을까
생각이 확장되면서 대출을 활용한 투자에도 관심이 생겼다.
연 4%의 금리로 빌린 돈을 투자하고 세후 연 5%의 배당금을 받는다면, 단순 계산으로는 연 1%포인트의 현금흐름 차이가 남는다.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다.
'이자를 내고도 배당금이 더 많다면,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하지만 이 계산은 대출 원금의 상환, 배당 삭감, 금리 변동, 주가 하락, 환율 변화와 세금 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다. 대출이자는 지급 의무이지만 배당금은 약속된 이자가 아니다.
특히 주가가 크게 떨어져도 대출금은 그대로 남는다. 추가 담보가 필요해지거나 원하지 않는 시점에 자산을 팔아야 한다면 현금흐름의 차이는 아무 의미가 없을 수 있다.
나는 감당하고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의 부채 활용까지 무조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감당 가능한 수준이란 예상 배당이 잘 나올 때만 버틸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배당이 줄고 금리가 오르며 주가가 하락해도 생활과 대출 상환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인플레이션으로 고정 명목부채의 실질 부담이 감소할 가능성도 있지만, 금리 상승과 소득 감소가 겹치면 상황은 오히려 악화될 수 있다. 부채가 물가상승을 이기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내게 중요한 것은 레버리지 자체보다 그 위험을 끝까지 관리할 수 있느냐이다.
이 고민들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도구
돌아보면 오피스텔에서 상가, 리츠와 리얼티인컴, 배당왕족주와 펩시코까지 관심이 옮겨왔다.
수익률 하나만 보고 고른 것이 아니라 세금과 공실, 권리관계, 환금성, 배당의 지속성, 금리와 물가까지 조금씩 더 생각하게 된 과정이었다.
이제는 이런 생각을 데이터로도 확인해 보고 싶다.
내가 보유한 자산에서 얼마의 배당금이 발생하는지, 그 배당금이 실제 고정지출의 몇 퍼센트를 감당하는지, 배당이 줄거나 대출금리가 오르면 어떻게 달라지는지 계산할 수 있다면 좋겠다.
관심 있는 배당주의 가격과 배당수익률을 과거의 기록과 함께 살펴보는 기능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아직 구상 단계인 ONSEMO INVEST를 만들고 싶은 이유다.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거나 매수 종목을 단정하는 서비스보다, 내가 내린 투자 판단을 기록하고 다시 점검할 수 있는 도구를 구상하고 있다.
이 기록에 담긴 모든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 변화 역시 기록해두고 싶다.
처음 부동산을 알아볼 때부터 이어진 질문은 같다.
내가 가진 자산이 일상의 경제적 부담을 얼마나 줄여줄 수 있을까.
그리고 이제 한 가지 질문을 더하게 됐다.
그 현금흐름을 얼마나 오래 유지하고 성장시킬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