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 관한 명언은 많다.
좋은 기업을 오래 보유하라는 말도 있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 투자하라는 말도 있다. 빚을 내서 투자하지 말라는 경고도 빠지지 않는다.
그 말들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투자 경험이 쌓일수록 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이해되는 부분도 많아졌다.
그런데 내 투자 방식에는 조금 모순처럼 보일 만한 부분이 있다.
나는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한다. 오랫동안 이익을 내고, 배당금을 지급하고, 가능하다면 그 배당금이 꾸준히 늘어나는 자산을 좋아한다.
그러면서도 대출은 상당히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안정적인 투자를 추구한다면서 빚을 많이 지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바로 그 지점에 내 투자 철학이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자산을 좋은 가격에 산다는 것
“가격은 지불하는 것이고, 가치는 얻는 것이다.”
— 벤저민 그레이엄의 가르침을 소개한 워런 버핏의 2008년 주주서한
처음 투자에 관심을 가졌을 때는 주식보다 부동산이 더 익숙했다.
상가나 오피스텔 같은 수익형 부동산을 검토했던 것도 정기적인 임대수익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함께 읽기처음부터 배당주를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월세 수익을 위해 오피스텔을 검토했다가 세금과 공실 부담을 따져 상가로 관심을 옮겼던 경험.
하지만 직접 부동산을 보유하려면 공실과 세금, 관리 문제까지 생각해야 했다. 투자금이 크다 보니 자산을 나누어 매수하거나 필요할 때 일부만 처분하기도 어려웠다.
그러다 리츠를 알게 됐고, 자연스럽게 배당주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직접 건물을 소유하지 않아도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이후에는 배당을 꾸준히 늘리는 기업에도 관심이 생겼다.
다만 좋은 자산이라고 해서 언제나 좋은 투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배당금을 지급하더라도 비싸게 매수했을 때보다 저렴하게 매수했을 때 투자원금 대비 배당수익률이 높아진다.
물론 주가가 저렴해진 데는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기업의 수익성이 나빠졌다면 높은 배당수익률이 오히려 위험 신호일 수도 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높은 숫자 자체가 아니다.
오랫동안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자산을 합리적인 가격에 매수하는 것.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안정적인 투자의 출발점이다.
복리의 효과를 제대로 누리고 싶었다
“우리가 가장 선호하는 보유 기간은 영원이다.”
버핏이 말한 장기 보유에는 전제가 있다. 좋은 경영진이 운영하는 뛰어난 기업을 보유했을 때의 이야기다.
나 역시 좋은 자산을 오래 보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배당 성장주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복리의 효과에 대해서도 더 많이 생각했다. 배당금을 받고, 다시 투자해 보유 자산을 늘리고, 늘어난 자산에서 다시 배당금을 받는 과정이다.
물론 배당금을 지급한다고 저절로 복리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재투자와 그 이후의 자산 성과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복리의 효과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진다면, 처음부터 더 많은 자산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지 않을까?
매달 여유자금을 투자하며 오랜 시간을 기다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나는 투자하는 시간뿐 아니라 그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자본이 수익을 만들어 내는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자연스럽게 대출에 대한 관점으로 이어졌다.
대출은 빨리 갚아야 하는 것일까?
나도 처음부터 대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처음에는 대출을 빨리 상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함께 읽기처음 집을 마련할 때, 나는 대출부터 빨리 갚고 싶었다상속과 관련된 주택 거래를 준비하며 권리분석을 공부하고 원금균등상환을 선택한 첫 대출 경험.
첫 주택담보대출에서 원금균등상환 방식을 선택한 것도 그 이유였다. 원금을 빨리 줄이면 이자를 아낄 수 있고, 빚이 줄어드는 만큼 마음도 편해졌다.
하지만 이후 금리가 상승하는 경험을 했고, 우대금리의 적용 기간과 실제 대출 조건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됐다.
빚을 빨리 갚는 것이 언제나 가장 유리한 선택일까?
원금을 상환하면 앞으로 낼 이자를 아낄 수 있다. 반면 그 돈을 투자하면 더 큰 수익을 얻을 수도 있지만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둘은 확정적인 비용 절감과 불확실한 투자수익을 비교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출잔액을 얼마나 빨리 줄이느냐뿐 아니라, 매달 반드시 나가는 돈과 남겨 둘 수 있는 현금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다.
버핏은 왜 빚을 내서 투자하지 말라고 했을까?
“필요한 것을 걸고 필요하지 않은 것을 얻으려 하는 일은 어리석다.”
— 워런 버핏의 2017년 주주서한의 취지를 옮긴 표현
버핏은 차입 투자에 보수적이다. 주가가 단기간에 얼마나 하락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빌린 돈으로 주식을 보유하는 일을 경계했다.
자기 돈으로 투자했다면 가격이 크게 떨어져도 기다릴 수 있다. 하지만 대출을 이용했다면 이자는 계속 발생한다. 상환기일이나 담보 조건 때문에 원하지 않는 시점에 자산을 팔아야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대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내 방식은 잘못된 것일까?
흥미롭게도 버핏은 레버리지가 수익을 확대하는 효과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2019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그는 시장이 하락해도 투자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레버리지 투자가 매우 높은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똑똑한 투자자조차 레버리지 때문에 무너지는 것을 보았고, 자신은 버크셔의 차입을 크게 늘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2019년 주주총회 발언록)
레버리지가 수익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과,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은 판단인지는 별개라는 이야기로 받아들였다.
나는 대출을 상당히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실제로 나는 대출을 상당히 많이 활용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이 방식이 누구에게나 적합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시간이다. 복리의 효과는 오랜 시간에 걸쳐 누적된다. 그래서 부담을 감당할 수 있다면 자본을 먼저 확보해 더 오랫동안 운용하는 방법에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출을 이용한다고 복리의 원리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투자 규모가 커지는 만큼 손실 가능성과 이자 부담도 함께 커진다.
자기자본 1억 원으로 투자할 때와 대출을 더해 2억 원을 투자할 때를 생각해 보자. 자산가격이 10% 오르면 평가이익은 각각 1천만 원과 2천만 원이지만, 10% 떨어지면 평가손실도 그만큼 커진다. 대출을 이용한 쪽은 이자도 부담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레버리지를 활용할수록 투자 대상은 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불확실한 큰 수익을 기대하기보다 오랫동안 수익을 만들어 온 자산을 먼저 살핀다. 배당 성장주나 리츠에 관심을 두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다만 이런 자산 역시 주가 하락이나 배당 삭감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배당금이 대출이자를 충당한다고 해서 수익성 있는 투자가 되는 것도 아니다. 투자자산의 가치, 세금, 원금 상환 부담까지 함께 봐야 한다.
대출의 비용과 위험을 이해하고, 그 부담을 견딜 수 있는 범위에서 자산이 수익을 만들어 내는 시간을 확보하고 싶다.
대출을 많이 활용하는 만큼 그 선택이 잘못됐을 때 어떤 일이 생길 수 있는지도 계속 생각해야 한다.
높은 배당금보다 중요한 것
배당주에 투자하면서 한동안 높은 분배금을 지급하는 상품에도 관심을 가졌다. 매월 또는 매주 현금이 들어오는 구조는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높은 분배금이 반드시 높은 투자수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분배금을 많이 받아도 자산가격이 그보다 더 크게 떨어진다면 전체 수익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대출을 활용한다면 더욱 그렇다. 분배금은 줄어들 수 있지만 이자와 상환 의무는 남는다.
그래서 지금은 배당금이 얼마나 많이 지급되는지만큼이나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얼마나 지속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배당금만 많이 받는 일이 아니다. 들어온 현금흐름을 다시 투자하고, 시간이 흐르며 자산뿐 아니라 부채를 뺀 순자산도 늘려가는 것이다.
안정적인 투자를 공격적으로 한다는 것
2019년 주주총회에서 버핏이 인정한 레버리지 수익의 가능성에는 중요한 조건이 있었다. 하락장에서도 투자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복리의 효과를 누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견디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자산을 매수했더라도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안정적인 투자를 선호하는 사람은 대출을 줄이고 위험을 낮추려 할 것이다. 그 생각을 이해한다.
다만 나는 조금 다른 방향을 선택했다.
위험한 자산에서 높은 수익률을 노리기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판단하는 자산에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하고 긴 시간 운용하는 방식이다.
투자 대상에는 보수적이고, 자본 활용에는 공격적인 방식.
물론 안정적인 자산을 고른다고 대출까지 포함한 투자 전체가 안전해지지는 않는다. 금리 상승, 소득 감소, 자산가격 하락이 겹쳐도 감당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 선택이 앞으로도 옳을지는 모른다. 내 투자 철학은 지금까지의 경험에서 만들어진 판단일 뿐, 누구에게나 권하고 싶은 정답은 아니다.
다만 지금의 생각을 한 문장으로 남긴다면 이렇다.
나는 안정적인 투자를 공격적으로 한다.
모순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복리의 효과를 믿기에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시간을 더 많은 자본에 적용하고 싶기에 대출을 활용한다.
그리고 대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에 투자 대상만큼은 더욱 신중하게 선택하려고 한다.
그것이 지금 내가 생각하는 투자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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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개인적인 투자 경험과 생각을 기록한 글이며 특정 금융상품이나 차입 투자를 권유하는 내용이 아니다. 인용문은 번역 또는 취지 요약이며, 원문은 연결된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